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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식 - 생각과 행동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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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이란 어떤 것인가?

배움3 min read

전문가란 어떤 사람인가? 전문성이란 어떤 것인가? 전문성이 누적된다면 사람에게 어떤 변화가 생길까? 프란츠에서 진행한 배승혜 작곡가의 음악사 강좌 “결정적 차이”에서 이런 물음에 대한 하나의 답을 떠올릴 수 있었다.

물론 강좌 자체에서 전문성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은 아니다. 나의 생각은 배승혜 작곡가에 대한 인상으로부터 출발했다. 그는 강좌 막바지에 음악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는 음악의 본질이 반복과 변화, 맥락, 관계와 영향이라고 했다. 일견 와닿지 않는 말이었지만 설명을 들으며 그 이치를 깨달을 수 있었다. 나와는 완전히 다른 시야를 가진, 그야말로 전문가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충격적인 깨달음은 예전에 스시 장인 미즈타니 하치로의 인터뷰를 읽으면서도 비슷하게 얻은 적이 있다. 그는 초밥의 본질이 인간관계라고 했다. 이것도 쉽게 생각할 수 없는, 깊은 생각과 오랜 경험만이 이끌어낼 수 있는 대답이다.

내가 초밥을 보면서 회와 밥을 생각할 때, 스시장인 미즈타니 하치로는 초밥의 본질이 인간관계라고 했다. 내가 음악을 들으면서 소리와 메시지를 생각할 때, 배승혜 작곡가는 음악의 본질이 반복과 변화, 맥락, 관계와 영향이라고 했다.

전문가란 전문성이 없는 사람은 쉽게 파악할 수 없는 본질을 꿰뚫어볼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다시 말하자면 표면적인 것을 넘어 그 아래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어야 전문가이고, 그런 능력이 전문성이라는 것이다.

만약 어떤 영역에 대해 모두가 할 수 있는 이야기만 할 수 있을 뿐이라면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내가 전문성이 부족하거나, 애초에 그 영역에 전문성이 존재하지 않거나. 요즘 전문성이 없는 분야란 없기 때문에 아마 대부분 전자에 해당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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