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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식 - 생각과 행동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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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회고

, 회고9 min read

마인딩으로의 집중

나는 본래 멀티플레이어였고 제너럴리스트였다. 최소한, 스스로 생각하기에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이 세상에 하고싶은건 정말 많으니까, 정말로 다 해보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있었던 가장 큰 변화는 하나에 집중하는 자세다. 제너럴리스트에서 스페셜리스트로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스페셜리스트 중에서는 여전히 제너럴리스트쪽에 가까운 것 같지만.

책임과 욕심의 확대

처음에 마인딩의 일을 도와줄 때의 나의 바람은, 내가 한 숫갈 정도 보탬이 되면 좋겠네, 였다. 그러다가 그게 두 숫갈이 되고 세 숫갈이 되고, 그러다가 결국 2인자의 책임을 지게 되었다. 그러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고 그렇게 하기 위해 행동했다. 내 욕심이었다고 보는게 맞을듯 하다. 이제는 제가 이걸 해냈습니다 같은 말을 하고싶다.

그리고 이렇게 많은 책임을 지는 다른 사람이 나 말고 또 있다는 것이 아주 큰 힘이 된다. 복잡하거나 정교한 보상이나 패널티 없이도 작동하는 책임과 지지는 아주 값지다. 돌이켜보면 내가 마인딩에 합류하고 가장 먼저 하려고 했던 것이 이런 책임과 지지를 만드는 것이었다. 앞으로 이런 환경을 더 많이 복제할 수 있으면 좋겠다.

성장과 성공 경험의 누적

뭐든지 해보기 전엔 모르는 일이다. 성장도 마찬가지다. 그러면 무엇을 해야하는 걸까? 뭔가를 해볼지 말지는 그 일이 얼마나 그럴듯 한지, 얼마나 두렵지 않은지에 달려있다.

그럴듯 함과 두렵지 않음은 공통적으로 경험에 크게 의존적이다. 해봤는데 잘 되었어. 해봤는데 별 거 아니야. 같은 말을 할 수 있으면 해보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올 해에 성장과 성공 경험을 한껏 쌓은 느낌이다. 그 어느 해보다 크게 성장하고 배운것 같다. 물론 고통이 있었지만, 그 고통에 굴복하지만 않으면 그 고통은 결국 나를 성장시킬 뿐이다.

요컨대, 해봤는데 앞으로 더 잘할 수 있을것 같다. 쉽진 않겠지만 말이다.

A Bridge Too Far

“…I think we might be going a bridge too far.” - Lt. Gen. Frederick Browning

너무 먼 목표를 세우면 안된다. 현실적으로 한번에 도달 가능한 가까운 목표를 세우자.

이 말이 멀리 보지 말자는 말이 아님에 주의해야한다. 멀리 보고 멀리 가겠지만, 그러기 위해 적당한 마일스톤을 세워야 함을 지적하는 것이다. 큰 목표를 이루기 위한 전략적인 행동을 주문하는 것이다.

정원 가꾸기

기술적으로 크게 배웠다고 느끼는 것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은 건축이라기보다는 정원 가꾸기(gardening, 원예)라는 것이다. 여러가지 의미에서.

소프트웨어의 가장 큰 특징은 유연하다는 것이다. 흔히 소프트웨어 프로젝트에 대한 무리한 요구사항의 변경을 “건물 3cm 옆으로 옮기기”라고 비유하는데, 원래 소프트웨어는 건물과는 달리 그런게 되야하는 영역이다. 소프트웨어가 건축이라고 생각하면 이런 잘못된 생각의 경향(소프트웨어는 바꾸기 어렵다)을 갖게 된다.

또 한가지 비슷하다고 느끼는 것은, 정원의 가치는 그 전체를 조망할 때 비로소 완전히 알 수 있는 것 처럼 소프트웨어의 가치도 부분이 아닌 전체적인 조화(?)를 살펴야 알 수 있다는 점이다. 마치 정원에 새 꽃을 심을 때, 그 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주변, 정원 전체를 봤을 때 얼마나 잘 어울릴지 살피는 것 처럼 소프트웨어에 코드를 추가할 때에도 그 코드 자체와 더불어 그 코드가 추가되었을 때 전체적인 코드베이스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를 살펴야 한다는 점도 비슷하다.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모든 ‘소프트’한 것들에 대해서도 같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것 같다. 예컨대 조직이나 문화라던지.

고상한 척 하지 않기

해결해야 할 문제가 (너무)많다고 생각하면서 이 문제들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론이나 패러다임을 찾아다녔던 것 같다. 하지만 점점 선명하게 다가오는 결론은 결국 Do things that don’t scale. 뭐라도 당장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것이다.

개발도 좀 하고 스타트업에서도 좀 일해봤다고 고상한 척, 이상을 추구하는 척 했던게 아닌가 반성했다. 참 쓸데없기도 하지. 10년 뒤를 생각하면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현실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오직 내 행동뿐이다.

냉정한 목표지향

좋아보이는 일 앞에서 점점 더 냉정해지는 것 같다. 그래서 그게 목표를 이루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되는데? 여기에 확실한 대답이 나오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게 된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점점 더 그런 경향이 강해진다. 사적인 일에서부터 공적인 일에 이르기까지 전부.

올해에 내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스스로 잘 깨닫지 못한 지점들이 있었는데, 돌이켜보면 전부 이 기준에서 탈락했던 것들이었다. 확실히 도움이 되는것에만 집중하기에도 부족한걸.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You see, we shared a vocation. (…) But, I will say, he certainly sustained the illusion with a marvelous grace."

올 한해 가장 자주 생각났던 작품과 그 마지막 대사. 사람은 사명을 위해 살고, 그 환상같은 사명을 놀랍도록 우아하게 지켜낸다.

자전거

자전거를 타는 라이프스타일에 정착한 것은 아주 탁월한 일이었다. 자전거는 몸과 마음에 모두 도움이 되는 좋은 교통수단이다. 자전거가 아니었다면 한 해가 훨씬 더 힘들었을 것 같다.

거기다가 다른 사람들이 쉽게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성취감같은게 들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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