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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식 - 생각과 행동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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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 회고

, 회고9 min read

휴가를 다녀온 후 다르게 생각하게 된 것

정신없이 살다가 3박 4일의 부산 휴가를 다녀왔다. 4일동안 호텔과 카페를 왔다갔다하며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나에게 구체적인 인생의 목표를 세우는 일은 부질없어 보였다. 어차피 인생은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여겼기 때문이다.(이건 여전히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대신에 나는 그보다 한 차원 높은 추상인, 삶의 소명을 아주 예리하게 만드는 데 집중했다. 방향성만 확고하면 길 잃을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소명만으로 사는 것에는 두가지의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장 눈 앞의 문제를 두고 의사결정을 할 때 시간이 지나치게 오래 걸리고, 현실적으로 의사결정에 주어지는 시간이 굉장히 짧을 때 오판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나의 지난 몇 달의 선택들을 돌이켜보면 너무 늦게 선택을 하거나, 잘못된 선택을 했던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나의 소명을 여러 마일스톤으로 구체화하고 그 지점들을 바라보기로 결심했다. 원래 나는 이런 상상들을 망상으로 치부하고 머릿속에서 지우려고 노력했다. 너무 자극적이라고 해야할까. 하지만 이런 이미지들이 자극적인걸 거꾸로 유익하게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이건 마치 랜드마크와도 같은 것이다. 등대가 아무리 어두운 바다에서라도 눈길을 사로잡기 때문에 등대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 처럼, 이런 목표들은 정신없고 촉박한 상황에서도 내가 어디로 가야할지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건 이런 마일스톤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일이다. 마치 에자일 정신과도 같은데, 지금 잘 모르겠으니까 대충하자는 것도 아니고 지금 당장 완벽하게 결정해야한다는 것도 아니다. 마일스톤을 통해 전략적으로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운을 최대화하는 것이다.

OSS

한 달 전에 오픈소스에 기여하게 된 이야기를 썼었다. 그리고 이번 달에서야 그 이야기의 마무리를 지을 수 있게되었다. 예전에 어디선가 오픈소스에 기여하려고 할 때 일의 진행이 아주 느리더라도 실망하지 말고 느긋하게 기다려야 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정확히 그 말 그대로 되었다. 서로 핑퐁을 하는 데 2-3일정도 딜레이되는건 예사라 PR을 다듬는 데 긴 호흡이 필요했다.

어느정도 인지도 있는 오픈소스다보니 안정성을 제일의 가치로 여기는 프로젝트라는 점이 아주 나에게는 신선했다. 지금까지의 내 코드 디자인과 습관이 얼마나 애자일 지향적이었는지 깨달았다고나 할까. 나도 나만의 작은 오픈소스 프로젝트가 있어서 안정성이 중요하다는 그 가치관을 모르지는 않았기에 나름대로 최대한 빈틈없는 코드를 짜려고 했지만 거기서도 그들은 일말의 불안정성을 발견하고 지적해주었다. 이렇게 안전한 코드를 짠 건, 지금까지 초기 스타트업에서 일해온 나로썬, 난생 처음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리고 마침내 approve가 찍혔을 때의 성취감이 대단했다. 뭔가 기술적으로 한 단계 성장했다는 것을 입증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함께 일하고픈 사람/조직 되기

채용은 올 해 들어 강력하고 꾸준하게 머릿속에 맴도는 주제인것 같다.

스타트업에서는 채용이 모든 문제해결의 처음과 끝이라는 것을 깨달은 뒤로, 나는 (물론 대표도 함께) 인재풀 만들기를 0순위 업무로 가져가기로 했다. 당장에 채용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을 내 근처에 두는 것. 그리고 그 사람이 나랑 같이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만드는 것.

외부의 사람에겐 이 사람과 같이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 그리고 내부의 사람에겐 이 사람과 계속 같이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가장 큰 임팩트를 만들어내는 능력의 상징이 아닌가 싶다.

주도하기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주변 사람들이 충분히 적극적이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가 이런 고민을 이야기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결국 두가지의 길로 나뉘는 것 같다. 내가 주도해서 그 문제를 풀면서 다른 사람들을 계속 끌어들이거나, 포기하거나. 포기하지 않을거면 주도할 수 있어야한다. 아니면 최소한 주도자의 지원자가 되거나.

그 친구는 자기가 무언가를 주도할 수 있을리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내가보기엔 전혀 아니었다. 대단한 성취를 이루거나 문제를 해결한 사람들에 대해 전부 처음부터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할 수 있었을까? (예컨대 에어비엔비 창업가가 뉴욕 시내에서 캐리어를 끌고 다니던 때 라던지) 무언가를 주도하는 사람들은, 최초엔 단지 그것에 아주 진심일 뿐이었던 것이 아닐지.

(추천) 나쁜 녀석들: 포에버

어떤 불교신자가 있었어. 어떤 높은 산에서 길고 굽은 길을 내려오고 있었지. 근데 갑자기 어딘가에서 말을 탄 사람이 달려오는거야. 아마 그도 불교신자였을거야. 그가 너무 빨리 달려와서, 이 사람은 몸을 피해야했지. 말에 밟히게 생겼으니까. 먼지를 뒤집어쓰고 일어나서 물었어. ‘이봐요, 어딜 그렇게 가요?’ 그랬더니 말에 탄 사람이 말하길, ‘나도 몰라요! 말한테 물어봐요.’

그 말은 우리의 공포와 상처를 상징하는거야. 시속 100마일로 우리를 태우고 달리지. 단순한 질문에도 대답 못 할 지점까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어디로 가고 있는거야? 마이크.”

휴가 첫날에 생각났던 대사. 영화 자체는 전혀 진지하지 않지만, 그 중에서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대사였다. 대사를 제외하고도 훌륭하게 재미있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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