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회고
자가격리
확진자와 밀접접촉을 하여 2주간 자가격리를 하게 되었다. 정말 다행히도 나의 감염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평소에 그리 활동적인 사람은 아니어서 집에서만 2주를 살아야한다는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안 나가도 괜찮은 것과 나가면 안 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나가지 말라고 하니까 더 나가고 싶어졌다. 태양을 보고 싶다. 자전거 타고싶다. 카페 가고싶다… 그래도 1주일이 지날 즈음에는 어느정도 익숙해져서 그냥저냥 지낼 수 있게 되었다. 격리가 끝나려니까 이와중에 장마가 시작된다는게 또 어이없긴 한데.
코로나가 창궐한지 이제 1년이 넘었으니 다들 익숙해진것도 있겠지만, 역학조사가 굉장히 빨라서 놀랐다. 밀접접촉 당사자로부터 직접 확진 사실을 듣고나서, 보건소가 나와 그의 밀접접촉사실을 깨닫고 내 연락 처를 알아내서 자가격리를 통지하기까지 2시간정도 걸렸다. 조사관의 목소리에서 엄청난 피곤함이 묻어나와서 절로 감사함을 느꼈다.
위스키
(최소한 2주 전까지만 해도) 단골 바에서 위스키만 마셔대고 있다. 원래도 고도수의 칵테일을 별로 안 좋아했기에 처음 위스키를 마시기 시작할 때는 결국 나가떨어질(?)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예상과 달리 고도수에 금방 익숙해지고 좋아하게 되었다. 정말로 커피와 상통하는 바가 있는듯 하다.
지금까지는 주로 엔트리급 (10년~14년 숙성)만 다양하게 마셨는데 그 중에서 가장 맘에 드는 것은 오반이었다.
자주 가는 바
- Tilt: 신촌에 았는, 서브컬처스러운 바. 인테리어나 분위기는 (의도적인)B급 감성이지만 이래뵈도 10년 넘게 장사하고 있다. 사장님이 좋은 의미로 또라이다. 재밌게도 사장님을 제외하면 모두가 정상인이다.
- 숙희: 을지로에 있는, 캐주얼한 클래식 바. 숙희라는 이름은 위스키를 적절히 우리말스럽게 바꾼 것이다. 사장님을 비롯해서 바텐더 분들의 수준이 매우 높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싸지 않다.
엔지니어링
예전에 우연히 김진중(a.k.a 골빈해커)님이 클럽하우스에서 IT 스타트업이 풀어야하는 기술 문제는 대부분 거기서 거기다라는 취지의 말을 하는것을 들은 적이 있다. 어떠어떠한 기술적인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 특정 회사에 입사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초기 스테이지의 스타트업에서는 말이다. 나도 어느정도 동의하는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만의 특별한 문제가 (우리만의 특별한 상황이나 도메인에 의해서) 존재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슬슬 그런 문제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 생각해보게 되는 문제들이라 신선하면서도, 과연 정말로 풀어야하는 문제이긴 할까 의심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