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 회고
엔지니어링의 추상 수준 높이기
요즘 점점 동작하는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 즉 엔지니어링을 함에 있어서 내가 하는 행동의 추상 수준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르게 말하자면 그 추상 수준이 높아지는 것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해야하나.
from History of Software Engineering with Grady Booch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은 점점 추상의 수준을 높여왔고, 코드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의 일부일 뿐이다. 과연 우리가 알고리즘을 잘 몰라서, 아키텍처를 잘 몰라서 더 좋은 소프트웨어를 못 만드는걸까? 그게 우리의 병목일까? 켄트 백은 소프트웨어 디자인이란 인간관계다 라는 말을 했다. 그동안 너무 지엽적인 문제를 풀려고 했던게 아닌지 반성하게 되었다.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기
프로그래머의 뇌, Working Minds와 같은 책을 읽고, 또 CTA 스터디를 통해 동기면담과 같은 기술들에 대해 접하면서 점점 확신하게 된 것은 인간의 정보처리능력은 정말 조그맣고 (더 중요하게는) 늘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전까지 막연하게 소위 말하는 ‘똑똑한 사람’이나 본인이 말한 것을 실제로 현실화하는 대단한 사람은 나보다 더 많은 정보를 한번에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훈련을 통해 그렇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최소한 그런 능력을 타고나거나.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고, 단지 그들은 나와 다르게 생각할 뿐이었다.
그들의 뇌 용량이 큰 것이 아니고, 다른 이들이 오히려 뇌 용량에 맞지 않게 큰 생각을 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똑똑한 사람’은 자신들의 뇌 용량이 작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최대한 생각을 작게 쪼개서 자신에게 알맞는 크기로 만든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왜 그렇게 사소한 생각을 하냐고, 그런게 뭐가 중요하냐고 느낄 만큼 작은 생각. 하지만 사실 그게 인간의 작은 머리에는 딱 알맞은 크기인 셈이다. 그리고 그 작은 생각과 행동을 통해서 실질적인 변화를 빠르게 만드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머리를 싸매고 느릿느릿 움직인다.
카페, 모각
모각이 생각보다 흥하고 있다. 지금까지 4번을 열었고, 14명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오려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엄청 부담이 되기도 했는데, 이제는 좀 익숙해진 듯하다. 역시 찾아오는 사람에 따라 매번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는 점이 재밌다.
원래도 언젠가 카페(같은 공간)를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즐겁다. 아니 정확히는 내가 즐거울 수 있도록 내 경험을 설계하고 있다고 해야하나. 물론 그러면서도 찾아오는 사람 역시 즐거울 수 있어야겠지만. 그래도 지금까지는 찾아오는 사람이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돌아간 것 같아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