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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식 - 생각과 행동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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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회고

, 회고6 min read

The Nature of Order

지난 West Dean 여행 이후로 여러번 크리스토퍼 알렉산더를 주제로 공유회를 할 기회가 있었다. 동시에 내 삶에서도 그의 철학을 적용해보고 연습해보기도 하고. 그러면서 점점 더 깊은 이해와 통찰을 얻게 되었다.

...in Pen Drawings

요즘 펜 드로잉을 해보면서 크리스토퍼 알렉산더가 이야기한 시퀀스에 대해 생각해보고 있다. 그가 책에서 종종 자신이 그린 그림을 가지고 설명을 했던게 기억에 남기도 하고, 또 책에서 앙리 마티스의 그리기를 자주 예시로 들기도 했다. 마티스의 드로잉이 좋은 시퀀스를 가지고 있다고 하면서.

뭔가를 그릴때 (요즘은 주로 고양이를) 그게 그거로 인식이 되는 가장 중요한 특징이 되는게 뭘까를 생각하고 일단 그거부터 아주 단순한 형태로 그리기 시작한다. 만약 그 부분을 잘 골랐다면 그 다음에 뭐가 더 있어야할지 아주 당연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 당연한걸 그리고, 또 다시 전체적으로 그림을 느껴보면서 다음에 그림에서 뭐가 더 강화되어야 이게 좀 더 좋은 고양이가 될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또 다시 그리고 느껴보는걸 반복한다.

여러번 해보면서 깨달은건 처음에 그리게 되는 부분이 정말 중요하다는거고, 그게 내 평소 생각과는 달랐다는 것이다. 원래 펜으로 뭘 그리면 아웃라인을 먼저 그리고(일종의 밑그림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밑그림 없이 바로 눈 -> 코 -> 귀 순서로 그린다. 일단 저 순서로 그리기 시작하면 그려나가는 일이 정말 쉬워진다. 눈이랑 코만 그려도 바로 제가 그리려는 그 고양이의 느낌이 난다.

그림이 점점 펼쳐진다(unfold)는 느낌이랄까, 고민없이 막힘없이 그려나간다는 느낌도 든다. 이런 느낌을 다른 곳에서도 받을수 있도록 해보려 한다. 결국 중요한것은 1) 처음부터 최종 결과물의 느낌이 나야한다. 2) 작업의 매 단계마다 조금씩 그 느낌을 강화해나간다. 3) 작업에는 좋은 순서와 안 좋은 순서가 있다. 좋은 순서는 작업을 쉽게 만든다.

Pen Drawings - Cat

고양이 그리는 과정을 영상으로도 남겨보았다.

...in Real Life

그림은 이런 시퀀스를 찾는게 쉽다고 생각한다. 나의 액션이 바로 최종 산출물의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반대로 건축은 이게 어렵다. 소프트웨어도 어려운 편이라고 생각한다. 제품을 만들면서 주의하지 않으면 상상에 의존한 피드백을 받기가 참 쉽다.

(문제로부터 시작해서 솔루션으로 돌아오는)아마존의 워킹백워드도 결국 실제 제품이 아닌 이미지에 가까운 기획서로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제품을 만드는게 목표라고 한다면, 진짜로 작동하는 제품만이 우리에게 유효한 피드백을 줄 수 있다고 봐야한다.

"이런 식으로 하면 (나중에) 잘 되겠네"가 아니라 첫 날부터 "잘 됐네"라는 말이 나와야 좋은 시퀀스를 밟아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작동하는 산출물을 보고 원하는 퀄리티가 나오는가?"를 제외한 다른 어떠한 성과판단도 부차적이고 심지어는 판단력을 흐릴 위험이 있다. 이 점에서 워드 커닝햄의 인터뷰를 다시 보게된다.

I write it in a couple of days, about 300 lines of Perl code. I started using it and I said this is it. I could tell it was what I wanted. It had a feel that I had experienced before, experiment with hypertext with HyperCard (…) And I could tell it felt 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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