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회고
TNT & MINT 포럼 참석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Training for New Trainers 워크샵에 참여하고, MINT 회원이 되었다. 돌이켜보니 정말 멀리 왔다는 생각이 든다.
TNT에서는 내가 직접 세션도 진행해야하고, 시연도 해야했다. 동기면담 자체도 쉽지만은 않은 일인데 이 걸 영어로 해야한다니 정말 도전적인 경험이었다. 만약 이렇다는걸 미리 알았다면 아마 참가신청도 고사했을 수도 있었겠다 싶었다. 하지만 도착해서 그렇다는걸 알게 되니 '씁 어쩔수 없지'의 마음이 되더라. TNT에 이어서 진행된 포럼 세션에서도 솔직히 뭐 해보라고 시키면 긴장되고, 세션 설명에 '실습 중심'이라고 적혀있으면 꺼려지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들어가서 이야기해보면 그게 가장 즐겁고(잠도 깨고), 기억에 남았다.
내가 시연을 해야하는 때 내가 영어를 유창하게 하지 못하는게 큰 걸림돌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막상 해보니 그렇지 않았다. 어쨌거나 상대방의 하는 말 그 이면에 어떤 마음이 있을지를 깊게 고민해서 알아주는 것이 가장 근본이 되고, 그걸 표현하는게 그 다음이었다. 말을 유려하게 하는 것에만 노력을 기울이고 있진 않았나 하는 반성이 되었다.
이런저런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워크샵 중에 느껴지는 강력한 수용(acceptance)의 분위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여기에 모인 모두가 굉장히 높은 수준으로 소셜 스킬을 훈련한 사람들이었으니 당연할 수도 있겠지만(혹은 내가 둔감해서일수도 있겠지만) 전혀 소수자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편한 마음이 들고 또 용기도 났다.
3일치 워크샵이 끝나고 몇몇 사람들과 회고를 나누는데, 워크샵 내용이 어떠한가보다도 거기에 참석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가 이 경험과 해석에 훨씬 큰 영향을 줬다는걸 깨달았다. 한국에서 온 프로그래머였기에 가능한 경험이 대부분이었던것. 한편으론 이번이 유난히 두드라져 보였을 뿐 사실은 대부분의 경험이 그렇 다는것도 생각도 든다.
미래에 대한 기대
윌리엄 밀러의 8 Ways to Hope 라는 책을 읽고있다. 그 중 흥미로운 실험을 접했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큰 소음이나 전기 충격을 가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수행해야할 과제를 준다. 그리고 그 중 일부에게는 버튼을 주고, 소음이나 전기 충격이 견디기 어려운 수준이 되면 버튼을 눌러서 실험을 중단할 수있다고 알려준다. 그런데 실제로 그 버튼을 누른 참가자는 없었다. 왜냐면 견딜만하면 최대한 견디라고 했기 때문. 흥미로운건 버튼이 제공된 참가자들이 더 과제에 집중을 잘 했다는 것. 스트레스받는 상황에서, 앞으로 벌어질 일에 내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믿음이 차이를 만든다.
근데 "앞으로 벌어질 일에 내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건 대체로 사실이다. 우리한테 옵션이 단 하나만 있는 경우는 잘 없으니까. 그걸 종종 까먹을 뿐. 내가 설령 다른 선택을 하지 않더라도, 내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고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만을 상기하기만 해도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