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를 배우기 시작하다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악기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은 꾸준히 해왔는데, 생각만 해왔습니다. 악기를 배운다면 역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음악인 클래식을 연주 할 수 있는 악기를 배우는게 자연스러운 일일텐데, 클래식 악기들은 너무나 많은 시간과 노력의 투입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내가 그 사실을 너무나 잘 안다는 것이 문제였죠. 특히 동생이 클래식 악기 두 개를 배우는 역사를, 플룻이 삑삑거리고 바이올린이 깽깽거리는 소리를 통해 아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 역사에 투자된 시간과 노력을 내가 잘 알기 때문에 감히 엄두가 안 났습니다. 차라리 모르면 용감해질 수도 있을텐데. 그래서 기타같은 ‘가성비 좋은’ 악기를 배워보려고 하면 이제 딱히 동기가 생기지를 않았습니다. 그렇게 악기는 나에게 영원한 2순위 버킷리스트가 될것 같았는데...
악기 배움에 시동을 건 것은 좀 멀리 돌아간 일이었습니다. 함께 일하는 팀원의 결혼이 기타를 잡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이 팀원의 결혼은 저의 결혼에 대한 모든 부정적 인식을 뒤집을 정도로 저에게 큰 인상을 남기고 있는데, 그만큼 저도 이 결혼에 뭔가를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예컨대 결혼식 축가를 아주 잘 기획하고 싶다던지. 어쩌면 피로연에서 밴드 연주를 하면 좋을것 같았고요. 그렇게 저는 기타를 배워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습니다. 좀 이상한 데서 시동이 걸린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일단 마음먹고 난 다음엔 모든 일이 굉장히 빠르게 진행되었습니다. 원래부터 제가 기타를 배우기 좋은 환경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제가 기타를 배우겠다고 친구들에게 알린지 한 시간 뒤에, 저는 기타와 레슨 선생님과 합주할 밴드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기타는 룸메가 가지고 있던 것을 빌렸습니다. 예전에 기타를 배웠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안 쓰는 일렉 기타가 있는 줄은 몰랐었죠. 심지어 그 기타가 펜더 스트라토캐스터 아메리칸 스탠다드 57”의 리이슈 모델일줄이야. 그냥 안쓰는 채로 박아두느니 쓰이는게 더 낫다면서 선듯 빌려줬습니다.
레슨 선생님은 예전에 함께 일했던 분입니다. 기타를 어떻게 배워야 할까요 라고 운을 띄우니 바로 자기한테 배우라고 합니다. 함께 일할 때는 기타에 대한 얘기는 별로 안해서 체감이 안됐는데, 직접 만나서 기타 얘기를 하니 선생님 소리가 저절로 나올 정도로 관록이 대단하셨습다. 그렇게 매주 레슨을 받기로 했습니다.
합주 밴드는 제가 기타를 구하고 레슨 선 생님을 구하는 동안, 드럼을 치는 친구가 결성해버렸습니다. 합주를 해야 빨리 배운다면서.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제가 한번도 기타를 쳐본적이 없다는 것인데, 다들 이 사실을 알고도 함께 합주를 하다니 용감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첫 합주에 갔고, 앞으로 정말 열심히 연습해야겠다는 배움을 얻었습니다. 여기도 매주 합주를 하기로 했죠. 아무래도 저는 매일 최소 한시간씩 기타를 쳐야할것 같습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정말 빠르게 시작한 무모한 도전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