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과 삶
나의 최애곡은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이다. 단순히 최애인 것을 넘어서, 이 곡은 나의 인생관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다. 나에게 이 곡은 어떤 거대한 시간적 흐름(예컨대 인생)에 대한 바람직한 모습이나 방향성을 제시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간단히 말하자면 나는 이 곡처럼 살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 곡을 이루는 총 4개의 악장 중에서 나는 그동안 3악장을 가장 마음에 들어했다. 극도의 균형, 조화, 평화, 이런 것들이 3악장의 키워드라고 할 수 있는데, 나는 이 악장이 나에게 있어서 가장 행복이라는 감정에 근접한 구현이라고 여겼다. 이렇게 생각 한 지 10년은 넘은 것 같다.
최근에 들어서 나의 감상이 바뀌고 있음을 깨달았다. 이제는 4악장이 가장 마음에 들고, 들었을 때 가장 행복하다. 원래는 3악장에 밀려서 두번째로 선호하던 악장이었다. 4악장의 키워드는 재치, 유머, 기쁨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얘기긴 한데, 이 악장이 이 곡의 끝이라는 점이다. 총 4악장에 이르는 그 장대한 여정의 끝이 이토록 ‘재미’있다는 것은 나의 곡에 대한 이해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바뀌었거나, 이제는 과정을 지나 결과를 보고 싶다는 마음이 작용한 것일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