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김민식 - 생각과 행동의 기록
External Links

어떤 자전거는 더 긴 체인을 필요로 한다

, 자전거5 min read

거의 매일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입장에서 자전거 체인을 주기적으로 닦는 것은 아주 귀찮은 일이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정보를 찾아보면, 권장되기를 100-200km를 주행할 때 마다 체인 정비를 하라고 하는데, 그것을 지킨다면 나는 일두일에 두번씩 닦고 기름치기를 해야한다. 하지만 나는 그냥 대강 윤활이 필요할 것 같을 때 마다 스프레이식 방청윤활제를 한번씩 뿌려주고 있다. 그러다가 정말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더러워지면 아예 체인과 뒷바퀴를 분리해서 물세차를 한다. 한번에 몰아서 하는게 덜 귀찮다고나 할까.

그렇게 어느날 체인을 빼서 세정제와 물로 닦아놓은 다음, 윤활유를 뿌리고 장착하는걸 미루고, 화장실에 걸어놓고 방치했다. 체인이 쇠라는걸 잊고 생각없이 행동한 것이다. 바로 다음 날이 되니 체인에 녹이 슬어있었다.

그래도 방청윤활유를 뿌려대니 대충 움직이기는 해서 하루이틀은 버티기로 하고, 바로 새 체인을 주문했다. YBN에서 만든 녹방지 크롬 코팅된 체인이었다. 그냥 단수만 맞춰서 주문하면 될거라고 생각했고, 길이가 문제가 될거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인터넷에서 체인 교체 방법을 찾아보면 “새 체인은 길이가 넉넉하게 포장되기 때문에 무조건 원래 쓰던 체인보다 길 것이다”라고만 얘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니었다.

새 체인을 받고 기존 체인과 길이를 맞추기 위해 같이 늘여놓았더니, 놀랍게도 새 체인이 기존에 쓰던 체인보다 3마디 정도 더 짧았던 것이다. 잠깐 당황했지만, 장착이 안될 길이는 아니었으므로 일단 걸어보기로 했다. 다행히도 엄청 극단적인 변속 상황(가장 큰 크랭크와 가장 큰 스프라켓)이 아니면 문제는 없어보였다.

정비를 마치고 방에 앉아서 대체 어디서 착오가 생긴 것인지 생각해봤다. 일단 당연히 처음 의심한 것은 체인 그 자체다. 이 제품이 다른 것보다 더 짧은 체인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같은 단수의 다른 제품과 비교해보니 역시 그랬다. 내가 산 체인은 110마디였고, 다른 체인은 116마디 정도였다. 만약 6마디가 더 있었더라면 넉넉하게 체인 길이를 맞출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YBN이 엄청난 하자가 있는 제품을 만들리도 없고, 제품 리뷰 그 어디에도 체인이 짧다고 불평하는 사람이 없었다. 대체 무엇이 그들과 나의 차이를 만든 것일까.

이때 비로소 내 자전거의 특징을 상기하게 되었다. 내 자전거는 여행용 자전거에 가깝게 만들어져서 휠베이스가 길다. 즉 뒷바퀴 축과 크랭크 축 사이의 거리가 멀고, 그래서 스프라켓과 크랭크 사이의 거리도 멀다. 그래서 다른 일반적인 자전거보다 더 긴 체인을 써야했던 것이다.

내가 샀던 체인의 10단용 모델을 보면 116마디를 제공하고 있었다. 단수가 높아진다고 더 긴 체인을 써야 할 필요는 없을텐데 이상한 일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자전거 문화와 정보가 레저쪽으로 꽤 편향되어있다는 것도 확실히 알게 되었다. 체인을 살 때에 체인 길이를 확인할 필요가 분명히 있다.

어떤 자전거는 휠베이스가 길고, 그런 자전거는 더 긴 체인을 필요로 한다.

© 2024 by 김민식 - 생각과 행동의 기록. All rights reserved.
Theme by LekoAr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