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생존자.를 읽고
평소 알고 지내던 이시마 작가가 책을 냈다는 소식에 놀라지 않을 수(그리고 구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단 작가 개인의 시야와, 그로 인해 나타나는 작품의 특징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예술작가이면서 여성학 연구자라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시야는 독특할 것이 분명했다. (그의 직업적, 학문적 위치와 무관하게 그냥 그 개인도 꽤 독특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간접적으로 그런 독특한 시야를 체험해보고 싶었다.
책의 내용이 인터뷰를 통해 구성되어 있다는 점도 주요했다. 남을 변화시키기 위한 첫번째 방법은 내가 변하는 것이고, 그래서 나는 나를 움직이게 만드는 것들을 좋아한다. 그리고 나를 움직이게 만드는 것은 직접적인 경험들이다. 사회를 나타내는 많은 숫자들이 있지만 그런 숫자들이 나에게 어떤 울림을 주지 못하는 듯 하다. 갈수록 내가 깨닫는 것은, 사회는 너무나 복잡해서 몇 개의 지표로는 행동을 이끌어 낼 수 없다는 것이다. 내가 궁금한 것은 그래서 그 개인이 어떻게 살았고, 살고, 살아갈 것인가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에 실린 인터뷰들은 너무나도 큰 호기심을 자아냈다.
읽기 전 기대했던 것 처럼, 매 인터뷰마다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나는 이 책의 인터뷰이보다 꽤 나중에 태어난 사람이므로 (그리고 어쩌면 운이 좋아서) 이름의 중요성같은건 어려서든 커서든 별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책의 서문에서도 표현되었듯이 이름에 대한 문화와 그를 통한 차별은 ‘어떤 단두대가 나타나 처단’해버리진 않았다. 그들의 기억을 전해듣고 나면 무심하게 지나쳐 왔던, 사라졌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문화들이 보이기 마련이다.
인간은 기록함으로써 기억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더 나은 미래를 실현할 수 있다. 이 작품은 그러한 기록이라고 생각한다.